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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seas Participants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 Hirano KeiichirŌ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 작가와 시장

작가와 마케팅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와 마케팅」이란 작가로서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제목으로, 이는 어디까지 주최측에서 제시한 테마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만약 제가 먼저 이런 테마를 생각했다고 하면 독자로서는 족히 실망스럽겠지요.
전통적인 소설가의 이미지란 일반적으로 마케팅과는 정반대에 있을 테고, 이런 테마에는 「마케팅 같은 거 알게 뭐야!」라며 막말이라도 해보이는 것이 모범답안이 아닐까요?
그러나 소설가도 분명책을 팔아 생활하고 있으니, 그렇게 세상물정과 무관하게 혹은 고답적으로 세속적인 일을 무시하고만은 있을 수 없겠지요. 오히려 세속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소설은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책이 팔린다」를 좀 더 고상하게 바꿔 말하면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읽힌다」가 될까요? 두 말은 거의 같은 뜻이나 똑같지는 않습니다. 매스컴에서 떠들어대서 사보긴했으나 재미없을 것 같아 아직 읽지 않은 책, 혹은 끝까지 읽지 못한 책같은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자기가 사서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빌려 준 책도 있겠지요.
소설이라는 콘텐트와 표지와 띠지의 글까지를 포함해 패키지 된 책이라는 형태의 상품. 그러나 사물로서의 책도 상품으로 서점에 꽂혀 있을 때와 자기집 책장에 꽂혀 있을때와는 의미가 다릅니다. 깊은 감동으로 끝까지 읽은 한 권의 책은 내용과 더불어 그 두께나 감촉, 들고 다니느라 달은 정도, 적어 넣은 메모등이 매우 사적인 기억을 환기시킵니다. 표지 디자이너의 고민으로 책이 독자의 책장에 오래 꽂혀있는 디자인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서점에 발을 디딘 사람 혹은 우연히 매스컴에 소개된 기사를 본 사람에게 크게 어필하는 디자인이어야 하는가 하는 두 가지 과제가 있을 텐데, 작가인 저 자신도 양쪽의 균형에 대해서는 감각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은 예술의 한 장르이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책」이라는 형태로 유통되는 이상 당연히 하나의 상품입니다. 그런 의미로는 빵이나 양말, 립스틱이나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설의 가치와 책으로서의 가치가 간단히 결부되지는 않습니다. 빵을 예로 들더라도 빵의 “맛있음과 맛없음” 혹은 영양가와 사회·역사적인 위치, 그리고 기독교 문화권에서의 상징성 등, 이 모든 의미를 팔렸는가 아닌가란 한 가지로 단순화시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새삼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습니다만, 올해 카프카나 도스토예프스키책보다 많이 팔린 책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책들이 보다 가치 있는 작품들이라 한다면 너무 난폭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책 그 자체의 의미가 다양하다는 것은 뒤집어 이야기하면, 애초에 집단으로서의 독자는 다양하며 또 각각의 독자가 내적으로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후략)